허니와 클로버를 보면서 생각했다.
빵에 꿀과 클로버를 넣어 먹으면서 우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 그 장면 하나에 저 제목을 지은 거란 말이냐.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처음엔 공기총을 아이손에 쥐어주곤 앵무새는 죽이면 안되는 새라고 말한다. 해를 끼치지 않고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부른다고.
둘째론 달아나건 서있건 앉아있건 불구자를 죽이는 건 새를 쏴 죽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부당한 처사라는 거다.
셋째론 밥 이웰의 죽음에서 혐의를 벗겨주는 테이트에게 , 그 혐의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아 왜이렇게 제목을 활용하는데 천재적인 인재가 많을까. 아 짱낰ㅋ

그냥 읽기 전엔 상당히 폼재는 거만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싫어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좋아졌다.

부끄럽지만 사실 이 책은 부산 집 내 책장에 꽃혀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가 싫어서 버틴 이유가 바로 그거다.





p.116

언젠가 아빠는 나에게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p.145

"아빠, 깜둥이들을 변호하세요?"

"물론 그렇단다. 스카웃, 그런데 깜둥이라고 말해선 안 돼. 그 말은 품위없는 말이거든."

"학교에서는 모두 다 그렇게 부르는데요."

"이제부턴 다른 사람은 다 그래도 너만은 그러지 않는 거야."

"제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자라는 걸 원치 않으시면서, 왜 저를 학교에 보내세요?"



p.189

"우리가 알고 있기를 바라셨다면 아빠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거야. 아빠가 그 솜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면,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거라고."

"어쩌면 아빠가 깜박 잊어버렸을 수도 있잖아."

"아냐, 스카웃. 그건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아빠는 정말 나이가 많으셔. 하지만 아무 일 못 하셔도 난 상관하지 않을 거야- 아빠가 그야말로 아무 일도 못 하신다 해도 난 상관 않을 거란 말이야."



p.379

"물론 정직하지는 않다만 사람들에게 아주 도움이 되거든. 핀치 아가씨. 이거 비밀이지만, 사실 난 술을 별로 마시지 못해. 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에 지금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전혀,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해."

혼혈아들을 낳았고 누가 그것을 알아도 상관하지 않는 이 죄 많은 아저씨 말을 듣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저씨한테는 아주 매력적인 데가 있었다. 고의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기치고 있는 사람을 나는 지금껏 한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p.388

배심원 여러분, 법정은 제 앞 배심원석에 앉아 계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해야만 건전할 수 있습니다. 법정은 오직 배심원이 건전한 만큼 건전하고, 배심원은 그 구성원이 건전한만큼 건전합니다.



p.401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말이에요?"

"나도 몰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다시 그럴 거다. 그럴 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잘 자거라."



p.441

하지만 나는 그 세계보다는 아빠의 세계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헥 테이트 아저씨 같은 사람들은 놀려대려고 순진한 척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나는 남자들이 좋았다. 아무리 욕을 해대고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고 담배를 씹어도 그들에게는 내가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p.453

서 있건 앉아 있건 아니면 도망치건, 불구자를 죽이는 건 죄악이라고 잘라 말씀하셨다. 톰의 죽음을 사냥꾼이나 아이들이 노래부르는 새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행위에 견주셨다. (중략)

톰은 메이옐라 이웰이 입을 열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바로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p.528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이 책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스토리라인이 그리 명확한 건 아니라서, 지금 적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떠올랐다.
아이의 시각으로 비판할 거 다하고 순진한 척 다하는 비열한 작가들 같으니. 좀 다른 맥락과 다른 이야기지만, 둘은 꽤 닮아 있는 것 같다. 둘 다 너무 좋다.

덮을 때 쯤엔, <수레바퀴 아래서> 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건 좀 자신이 없다. 영역을 확장하고 밤과 낮 궁시렁 궁시렁 한게 데미안인지 수레바퀴 아래서인지 잘 모르겠다.
뱀발이지만 아타락시아로 검색하면 데미안이 나올 줄 알았는데 묘한 NT가 검색되서 깜놀ㅋㅋㅋ 아프락사스는 한방이었지만.
어쨋든 아주 끝에서 낮이 찾아왔다고 하는 얘기는 너무 흡사해서 패러디가 틀림없다! 고 해주고 싶었는데, 둘 중 어느 작품인지 잘 기억이 안난다. 둘 다 아주 싫어해서 곤욕스럽게 읽었으니 그도 그럴 만 하지만.


번역 얘기를 하는 걸 참 싫어하는데,,,, 유독 일본 소설이나 NT에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지만 내용이 쓰레기라고 그냥 말하면 될 것을 '번역을 잘 못해서'나부렁거리는 걸 듣고 있으면 화가 난다. <건지감자파이북클럽>얘기만 나오면 사람들이 번역 운운하는데, 그 것도 좀 묘하다. 재번역 출간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굳이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 게,,, 아 왜 번역 왜 이렇게 잘함.. 어휘 하나하나가 자연스럽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려고 검색해봤는데, 꽤 오래된 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도 이 책 이후의 판본이 없길래 별 기대안하고 읽었는데,,, 굳이 새로 번역할 필요가 없었던 거겠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일관되게 이렇게 번역해 낼 수 있다니, 천사다, 아니 어떤 의미론 악마다. 으워어..

스토리 라인은, 상당히 묘했다. 다 하나 하나가 쓸모없는 소재고 쓸모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면 다 중요했다.

아마 훗날 회상해보면, 은둔자가 집에서 나왔다!!!! 는 거랑 재판에서 졌는데 죽어버림!!!! 밖에 기억이 안날거다. 나머지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소소하다.

의외로 책 마지막 장을 덮는 뿌듯한 순간에, 모든 것이 주제로 귀결된다. 그래, 모든 인간은...



1960년대에 영화로도 제작됐다길래 스토리를 찾아보고 빵빵 터졌다.
이 소설의 산만함을 그대로 전해주란 말이야, 으아니 저런 포장의 대가들ㅋㅋㅋㅋㅋ



음, 좋았다.
좀 더 일찍 읽었어도, 좋았을 뻔 했다.
자메뷔란 단어는 내겐 낯선데, 과연 남들에게도 낯설까.


-------------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뿌연 수증기 속에서 낡은 결심이 날을 세웠다. 헤어지자.
거울을 본다.
언제 이렇게 확고한 이목구비가 생기고, 눈 아래가 짙어지고, 입이 앙다물어지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때의, 자기고집과 비대한 자아에 시달리는 그, 입을 헤- 벌린 채로 앞을, 칠판을, TV를 바라보던 그 얼굴은 어디로 간 걸까.
머리를 대강 쭉 짜서 물기를 털고 욕실을 나섰다. 어디서 타다다닥 발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 산지가 언젠데 아직도 내가 크게 움직이면 꼬리가 빠지게 화다다닥 고양이는 저만치 도망가서 서랍장 아래에 숨는다.  
부재중 전화가 두 통 와 있다.
수건으로 머리를 둘둘 말고 유태인이 되어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고전적인 신호음이 대여섯번,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의 '여보세요-.;
전화를 걸긴 내가 걸어놓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오늘도 많이 피곤했냐는 둥, 저녁은 먹었냐는둥, 부지런히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 순순하게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이렇게 온 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조금의 감동도 받지 못하는 내가, 과연 오롯하게 정상일까. 
어느새 수건이 느슨해졌는지 어깨에 물이 떨어진다.
'이제 그만하자.'
그래, 어딘가의 회로가 크게 설계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상처받은 얼굴을 통해서만, 아, 내가 정말로 사랑받고 있었구나, 하는 걸 확인하고, 안도하게 된다. 이건 어쩌면 습관이다.
대답이 없다.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냥 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한참을 말이없다가, 그가 나를 불러세웠다.
'그거 혹시...'
잠깐을 또 망설이더니, 조용하게,
'그 남자 때문이야?'
그 남자? 무슨 쓸모없는 오해라도 한 걸까. 
'무슨 소리야?'
'그 남자한테 돌아가는 거잖아. 사실... 다 알면서도 내가 억지로 붙잡아 둔거야. 그래,... 그럼 가 봐.'
조금 비장하게, 그래서, 조금 웃기게.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가 말하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짐작가는 바라곤 전혀 없었다.  
'무슨...'
'그래, 그 남자랑 있을 때 넌 참 행복해 보였지. 잘 지내라.'
상처받은 목소리, 하지만 안도하기보다 불안해졌다.
무슨 소리- 뚝. 끊어진 전화를 다시 걸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또 훌쩍 아무렇지도 않게 흘렀고, 다시 주말이 되돌아왔다. 다이어리를 폈다. 늦게 술약속이 하나 있는 걸 빼면 하루종일 간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 온 몸에 힘을 빼고 털썩 몸을 던져 누웠다가, 일주일 전에 헤어진 남자가 붙여준 천장의 야광별에 시선을 붙들렸다.
그 남자?
누구를 말하는 걸까.
문득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내겐 생경한 이름도 꽤 많았다. 그래서 늘 이름 뒤에 수식어를 붙여 폴더에 분류를 한다. -우유아줌마 같이 알기 쉬운.
가족, 직장, 과거 아르바이트의 지인들, 중학교, 고등학교의 지인들, 초등학교 폴더도 따로 있다, 그리고 기타 폴더를 열었다.
그냥 분류하기 애매한 사람들의 집합이다.

스크롤을 죽 내리다가 '최재현-보고싶다'를 찾았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절대 내가 저장할 리 없는 수식어. 입에 익숙하지 않은 이름. 소름이 쫙 돋았다. 뭐야, 내가 술김에 뭘 잘못 저장했나.

대화문자목록으로 들어갔다. 텅 비어있었는데 문자보관함에 저장된 문자가 5개 있었다.
'수연아, 보고싶다. 내일 포도길 앞에서 3시! 지각하면 주거써.'
'수연아, 보고싶다. 내일 포도길 앞에서 1시! 너 한번만 더 늦어봐.'
'수연아, 사랑한다. 내일 포도길 벤치에서 봐.'
'수연아, 보고싶다. 오늘 저녁 포도길 9시!'
'야, 최재현, 지금 어디야, 나 지금 포도길인데.'

뭐야. 내 이름은 수연이가 맞다. 문자에 찍혀있는 날짜는 고작해야 9달 남짓 전이다.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까. 정말 그럴까.
섬칫해서 폰을 꺼버리고 책상 서랍의 일기장을 꺼냈다.

2010년, 작년의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은 책등이 너덜거리도록 절반 넘는 페이지가 뜯겨나가고 없었다.

섬뜩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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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단체의 잡지를 읽고나서부터, 요즘 생각이 많다. 
지지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후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훌쩍 펼쳐 든 페이지에 지금 당장 내가 썼을 것 같은 글이 있었다.

나는 그런 동아리가 있다는 걸 넘어넘어 들었을 뿐이고, 우리학교와 서울대에서는 정식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그냥 개념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학문관에서 우연히 배포서가에 놓인 잡지를 보고, 대학내일이나 어딘가의 홍보책자일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그렇게 통로에 버젓이 놓인 것 치곤 꽤 수위 높은 내용의 소수인권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왜 남자를 사랑하는 걸까, 를 생각해본다.
왜 나는 게이가 아닐까, 를 생각해본다.

그냥 아주 쉽게 게이는 '어쩌다 사랑하게 된 사람이 동성이라서' 게이가 되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이론으로 접근한다면, 난 '어쩌다 사람하게 된 사람이 이성이라서'의 몇번의 겹친 확률이 날 게이가 아니게 했을까.

아니다.
난 확연하게 보수적인 사람이고, 확연하게 남녀관계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사회의 고정관념을 물려받아 당연하게 내면화한 사람이다. 20대의 보수 중에서도 극보수다. 자랑은 아닌 줄 안다.

그게 날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거다. 
여자에게 매력이 아무리 보여도 가슴이 뛰지 않게 만들었을 거다.


'왜 내가 이성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해주지 않는 걸까'라는 말을 보고,
'게이는 이성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용어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게이다'라는 말을 보고,
그리고 내가 게이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에 섞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
점점 생각이 꼬인다.

섯불리 이야기했다가 오해를 낳을것인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해서 오해를 풀 것인가, 
둘의 사이의 어디쯤일 것 같다.

정말 인문인은 결론 없는 이야기만 하는 걸까.



------- 



2)
비슷한 맥락일지 모르겠다.
필리핀에서 이주한 다문화가정의 어머니의 인터뷰를 봤다.

아빠(남편)이 죽자 모두들 그녀가 당연히 필리핀으로 돌아갈거라고 생각했다고, 아들은 이미 온전히 한국인인데,,,, 그게 슬펐다고.
어느덧 마을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서 옆집 아줌마의 칭찬에 농담으로 '그럼 필리핀여자 며느리 삼으실래요? 소개시켜드릴까요?'그랬더니 단박에 됐다고 했다고. 그것도 슬펐다고.

다문화가정의 언어교육이 너무 과잉지원되있어서, 다들 한국어를 배웠다가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가 한다고. 
시스템을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



참 나는 시야가 좁은 사람이라,
누군가 내 앞에 이렇게 글을 들이밀어야 겨우 '아 이런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이런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구나'하는 걸 안다.

또, 결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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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집에 오는게 불편해지게 하는 그 어떤 요인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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