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 속의 어떤 '말 잘 하는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 좀 더 시간을 들여 자신을 정당화 할 줄 알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믿지 않아야 할텐데, 어쩐지 글을 읽고 있으면 신뢰할 수 있는 진심이 와닿을 떄가 있다.



쓰는 소설의 주인공의 모티프로 삼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노무현의 빠였다.
나는 티비를 안본다. 그냥 고등학교때 공부하느라 11시에 집에 들어오고 6시에 나갔으니 볼 시간이 없었다가, 그 뒤로 보게 될 만한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 연애인에 대해서, 그 모든 건 중요한 내 현실이 아니니까.

글을 쓰다가 캐릭터가 너무 죽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좀 더 현실에 붙여보자,고 생각했고, 노무현의 이야기가 끌어들이기 가장 수월해보였다.
나는 그 분의 임기 동안 단 한번 연설을 들어본 적도 없을만큼 무관심한 사람이지만, 이용할 수 있다면 나쁠 게 뭐가 있겠냐, 고 생각했다.
자서전을 두 권 빌렸다. 둘 다 정리하다 말고 돌아가셔서 출판사나 재단에서 편집한 본이었지만, 나에게 충분히 반성을 낳았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나 비참하고,
내가 외면한 모든 게 거기 있었다.
두 페이지에 이름을 쓰고 버릴 수가 없다.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는데,
픽션에 매몰되어 있던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다.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이 사람은.

자서전이라면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자기미화를 하고, 다음 문장에 그걸 반성하고, 또 다음문장에 자기변명을 하고, 또 다음문장에 그걸 반성하는 이런 건 처음 읽었다.
이상이, 높은 게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보여서, ..








인간은 이상한 생물이라서,
눈 앞에 있는 물건을 똑같이 재구성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그게 똑같으면 똑같을 수록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것을 그리도 좋아한다.
눈 앞에 있는 물건을 그냥 보면, 그걸로 될 것을.

픽션에서 그렇게 감동과, 공감과, 현실을 찾아 헤맨 나는,
이제와서 그 모든 것이 논픽션에 있다는 당연함을 배웠다.
현실을 모방하려는 비현실보다야
현실이 더 현실적인게
당연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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