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췌해놓은 발췌문구들을 찾기가 너무 귀찮아서, 예전 블로그에서 끌어왔다. 너무 기니까 접어야지.


섀도우 - 미치오 슈스케.




요노스케 이야기 - 요시다 슈이치.



집오리와 들오리와 코인로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연애중독


쓸쓸함의 주파수 - 오츠 이치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 온다 리쿠



중력의 법칙 - 장 튈레


목요조곡 - 온다 리쿠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서부전선 이상없다 - 레마르크



흑과 다의 환상 - 온다 리쿠



영원한 것은 없다 - 로랑스 타르디외



남자들에게 - 시오노 나나미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공중그네



알랭드 보통 통합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불안)



그리스인 조르바




그 당시에는 발췌할 만한 문구라고 생각했거나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을 지라도,

지금 볼 때 쓰레기다 싶은 건 그냥 귀찮아서 생략했다. 


그러고 나서 제목들을 훑어보니 거의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들이다. 대놓고 편애 ㅋㅋ


물론, 이 블로그에 이미 있는 발췌문구들은 귀찮으니까 정리안함ㅋ


진짜 요즘 책 안읽는구나. 옛날이라고 그렇게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발췌해놓는 성의는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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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高熱)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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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은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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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등이 너무 예쁜 책이다.
책이 굵기가 꽤 되니까 할 수 있는 디자인이겠지만, 책 표지보다 책 등이 열 배는 더 마음에 든다.

원래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지 못한 책은 리뷰를 쓰지 않지만,
절대로 끝까지 읽을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서서, 그냥 쓴다.



일단 조금 종교적이다. 주인공의 동생만이 종교적이지만 꽤 종교적인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종교를 강압하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거슬리진 않았지만, 의외로 종교적이었다.

문장은 좋다. 이야기를 잘한다. 스토리도 좋다. 인물들도 다 살아 있다.
근데 인물이 너무 많다. 이름도 다 비슷하다. 내 기억력을 시험한다.

1974년 8월 7일, 필리프 프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들 사이를 줄타기 한 사건이 중심 소재다. 그런데 어쩐지 그냥 그건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취급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좋은 문장과 좋은 이야기인 건 알겠는데,, 좀 지루하고 따분해서 끝까지 못 읽겠다.



좋은 문장을 쓸 줄 안다는 건 문장을 매력있게 조합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서, 
소제목도 한결같이 매력적이고, 제목까지 매력적이다. 

몇 가지 소제목만 나열해 본다.
'그를 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천국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 좋습니다.'
'거대한 지구를 영원히 돌게 하자.'
'이건 그 말이 지은 집이다.'



p.55
"두려움 조각들이 사방에 떠다녀." 그가 말했다. "그건 먼지 같아. (중략) 먼지는 분명 거기 있고 사방에서 내려와 모든 걸 덮어버리지. 우리는 먼지를 숨 쉬고 먼지를 만지고 먼지를 마시고 먼지를 먹어. 하지만 너무나도 작기에 우리가 알아보질 못하는 거야. (중략)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야. 잠시 그대로 서 있으면 바로 거기 있어, 이 두려움이, 우리의 얼굴과 혀를 뒤덮으며 말이지. 우리가 멈춰서서 이 두려움을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는 절망에 빠져버리게 될 거야. 하지만 우리는 멈춰 설 수 없어. 우리는 계속 가야만 해."

p.63
그녀는 후두암으로 목소리의 대부분을 잃었다.

p.72
만약 가난한 사람들이 진짜로 예수의 살아 있는 이미지라면 왜 그들이 저렇게 빌어먹게 비참한 건데? 말해 보라고, 코리건. 왜 저들이 저렇게 거리에 서서 자기들의 불행을 다른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다 보여 주고 있는 건데?

p.78
나는 대학 시절 언젠가 들었던 신화가 떠올랐다. 세상에는 서른여섯 명의 성자가 숨어 있는데 그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사람들, 목수, 구두장이, 양치기의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들은 지상의 슬픔을 견뎌내고 있지만 모두 하느님과 소통하는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어느 숨겨진 성자는 잊혀졌다. 그 잊혀진 성자는 홀로 남겨져 그가 너무나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소통의 통로를 가지지 못한 채 힘겹게 싸우고 있다. (중략) 동생은 홀로 슬픔을, 이야기들의 이야기를 견뎌내고 있었다.

p.301
"혹시 뉴욕 다운타운 근처에 계십니까, 선생님?"
"누구세요?"
"혹 우리를 위해 위를 쳐다봐 주실 수 있나 해서요?"

p.411
그냥 거기 서서, 정확하게 줄의 중간 지점, 양쪽 타워로부터 100피트 되는 그곳에 서서 눈을 감고 몸을 정지하자 줄이 사라졌다.
(중략)
그는 그가 오직 첫 발걸음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다는 것을, 마지막 발걸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그 후 몇 년 동안 그는 여전히 그 위 그곳에 있을 것이다. 슬리퍼를 신고, 검은 발로, 민첩하게. 문득문득 그럴 것이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또는 폭풍이 오기 전 판자로 오두막 창문에 덧물을 대다가, 톤태나의 줄어들고 있는 초원 그 키 큰 풀밭 안에서 걷고 있다가, 또다시 공중에 있을 것이다. 발가락 사이로 팽팽한 케이블 줄을 느끼며, 바람과 서로 가로질러 엮이며, 불현듯 느끼는 높이감. 그의 아래로 펼펴지는 도시. 그의 기분이 어떻든, 어느 곳에 있든, 뜻밖의 순간에, 그것은 되돌아올 것이다. 
 




이건 좀 무섭다.
좋은 문장과 좋은 이야기가 있는데도 재밌지 않다니.  
 
내가 추천받은 책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주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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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출판된 책이다. 내 출생년도 전후로 있었던 배우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중고서점에 갔다가,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들이 붕뜨지않게 하려면, 사례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냉큼 집어온 책이다.

책의 가치가 그 책의 가격으로 결정되는 건 아닐텐데, 싸게 샀노라며 냉큼 접어가며 읽었다.

이런 낡은 책들을 읽으면, 그 내용보다, 시간을 먼저 인식한다.
그 때의 이대부고는 머리를 길러도 되는 자유분방한 학교였고, 
그 때의 이대 사학과를 졸업한 선배는 이 책을 냈고,
그 때의 산울림소극장에서 최초로 고도를 기다리며가 공연되었단다.

그냥, 인터뷰를 모아놓은 작고 낡은 책인데도, 참 여러가지 군상이 보여서 좋았다.


---

검색을 하다 우연히 '구히서'는 오역이 그냥 필명으로 굳은 거고 작자의 본명은 구희서씨라고 한다.
그는 "순수한 것을 보면 기분 좋다. 나쁜 연극을 봐도 좋다"고 했다. 강단 비평 쪽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말이다. 연극이란 장르의 순수성에 대해 말했다. 그의 마음에 와 닿은 무대는 "난폭, 섹스 없이 깊은 감정을 미묘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영상, 짓거리가 과한 것은 싫다"며 "내 시대의 미적 기준이 좋다"고 했다."(한국일보 2010년 인터뷰 발췌)

---





자료로 그냥 써먹고 말기엔 아쉬운 책이다. 

좋은 이야기가 많은데도, 다 옛날 인물과 지나간 이야기들이라 묻혀버리는 게 아쉽다.






---------------






불편한 이야기, 작부심, 그런 것들과
불편하지 않은 이야기, 독자가 보고 싶은 이야기, 철저한 로맨스나 적당하게 슬프고 적당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들,
그 균형을 대충 알 것 같다.

일상에서 모두가 서로에게 감추고 있는 어떤 영역이 있다.
가령, 남들 앞에서 똥을 싸진 않는다.
그래서 소설에서 굳이 그 이야기를 매번 언급하지 않아도 괜찮은거라고 생각한다.
우린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은 알 필요가 있지만 주인공의 소화상태 배변상태를 알 필요는 없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굳이 불편해질 필요는 없는 거다.

일상적으로 남들 앞에서 가식을 떠는 만큼만,
글과 영상에서도 가식을 떨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식은 나쁜거라고, 또 한동안의 너무 솔직한 무리들에 휩싸여 있다보니 마냥 그렇게 생각해봤는데,,
좀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까, 아니, 가식은 좋은거다.

매우, 많이, 아주, 엄청, 지구를 돌릴만큼 좋은거다. 
허니와 클로버를 보면서 생각했다.
빵에 꿀과 클로버를 넣어 먹으면서 우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 그 장면 하나에 저 제목을 지은 거란 말이냐.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처음엔 공기총을 아이손에 쥐어주곤 앵무새는 죽이면 안되는 새라고 말한다. 해를 끼치지 않고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부른다고.
둘째론 달아나건 서있건 앉아있건 불구자를 죽이는 건 새를 쏴 죽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부당한 처사라는 거다.
셋째론 밥 이웰의 죽음에서 혐의를 벗겨주는 테이트에게 , 그 혐의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아 왜이렇게 제목을 활용하는데 천재적인 인재가 많을까. 아 짱낰ㅋ

그냥 읽기 전엔 상당히 폼재는 거만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싫어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좋아졌다.

부끄럽지만 사실 이 책은 부산 집 내 책장에 꽃혀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가 싫어서 버틴 이유가 바로 그거다.





p.116

언젠가 아빠는 나에게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p.145

"아빠, 깜둥이들을 변호하세요?"

"물론 그렇단다. 스카웃, 그런데 깜둥이라고 말해선 안 돼. 그 말은 품위없는 말이거든."

"학교에서는 모두 다 그렇게 부르는데요."

"이제부턴 다른 사람은 다 그래도 너만은 그러지 않는 거야."

"제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자라는 걸 원치 않으시면서, 왜 저를 학교에 보내세요?"



p.189

"우리가 알고 있기를 바라셨다면 아빠는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거야. 아빠가 그 솜씨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면, 우리에게 말씀하셨을 거라고."

"어쩌면 아빠가 깜박 잊어버렸을 수도 있잖아."

"아냐, 스카웃. 그건 네가 이해할 수 없는 거야. 아빠는 정말 나이가 많으셔. 하지만 아무 일 못 하셔도 난 상관하지 않을 거야- 아빠가 그야말로 아무 일도 못 하신다 해도 난 상관 않을 거란 말이야."



p.379

"물론 정직하지는 않다만 사람들에게 아주 도움이 되거든. 핀치 아가씨. 이거 비밀이지만, 사실 난 술을 별로 마시지 못해. 하지만 내가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에 지금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전혀,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해."

혼혈아들을 낳았고 누가 그것을 알아도 상관하지 않는 이 죄 많은 아저씨 말을 듣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저씨한테는 아주 매력적인 데가 있었다. 고의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기치고 있는 사람을 나는 지금껏 한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p.388

배심원 여러분, 법정은 제 앞 배심원석에 앉아 계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해야만 건전할 수 있습니다. 법정은 오직 배심원이 건전한 만큼 건전하고, 배심원은 그 구성원이 건전한만큼 건전합니다.



p.401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말이에요?"

"나도 몰라.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다시 그럴 거다. 그럴 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잘 자거라."



p.441

하지만 나는 그 세계보다는 아빠의 세계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헥 테이트 아저씨 같은 사람들은 놀려대려고 순진한 척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중략) 하지만 나는 남자들이 좋았다. 아무리 욕을 해대고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고 담배를 씹어도 그들에게는 내가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p.453

서 있건 앉아 있건 아니면 도망치건, 불구자를 죽이는 건 죄악이라고 잘라 말씀하셨다. 톰의 죽음을 사냥꾼이나 아이들이 노래부르는 새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행위에 견주셨다. (중략)

톰은 메이옐라 이웰이 입을 열어 소리를 지르는 순간 바로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p.528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이 책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스토리라인이 그리 명확한 건 아니라서, 지금 적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떠올랐다.
아이의 시각으로 비판할 거 다하고 순진한 척 다하는 비열한 작가들 같으니. 좀 다른 맥락과 다른 이야기지만, 둘은 꽤 닮아 있는 것 같다. 둘 다 너무 좋다.

덮을 때 쯤엔, <수레바퀴 아래서> 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건 좀 자신이 없다. 영역을 확장하고 밤과 낮 궁시렁 궁시렁 한게 데미안인지 수레바퀴 아래서인지 잘 모르겠다.
뱀발이지만 아타락시아로 검색하면 데미안이 나올 줄 알았는데 묘한 NT가 검색되서 깜놀ㅋㅋㅋ 아프락사스는 한방이었지만.
어쨋든 아주 끝에서 낮이 찾아왔다고 하는 얘기는 너무 흡사해서 패러디가 틀림없다! 고 해주고 싶었는데, 둘 중 어느 작품인지 잘 기억이 안난다. 둘 다 아주 싫어해서 곤욕스럽게 읽었으니 그도 그럴 만 하지만.


번역 얘기를 하는 걸 참 싫어하는데,,,, 유독 일본 소설이나 NT에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지만 내용이 쓰레기라고 그냥 말하면 될 것을 '번역을 잘 못해서'나부렁거리는 걸 듣고 있으면 화가 난다. <건지감자파이북클럽>얘기만 나오면 사람들이 번역 운운하는데, 그 것도 좀 묘하다. 재번역 출간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굳이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 게,,, 아 왜 번역 왜 이렇게 잘함.. 어휘 하나하나가 자연스럽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려고 검색해봤는데, 꽤 오래된 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도 이 책 이후의 판본이 없길래 별 기대안하고 읽었는데,,, 굳이 새로 번역할 필요가 없었던 거겠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일관되게 이렇게 번역해 낼 수 있다니, 천사다, 아니 어떤 의미론 악마다. 으워어..

스토리 라인은, 상당히 묘했다. 다 하나 하나가 쓸모없는 소재고 쓸모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면 다 중요했다.

아마 훗날 회상해보면, 은둔자가 집에서 나왔다!!!! 는 거랑 재판에서 졌는데 죽어버림!!!! 밖에 기억이 안날거다. 나머지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소소하다.

의외로 책 마지막 장을 덮는 뿌듯한 순간에, 모든 것이 주제로 귀결된다. 그래, 모든 인간은...



1960년대에 영화로도 제작됐다길래 스토리를 찾아보고 빵빵 터졌다.
이 소설의 산만함을 그대로 전해주란 말이야, 으아니 저런 포장의 대가들ㅋㅋㅋㅋㅋ



음, 좋았다.
좀 더 일찍 읽었어도, 좋았을 뻔 했다.
p.65
"너희들의 관계는 아무리 봐도 공의존에 가까워."
중략.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중독 증상의 일종이야.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증 환자가 있다고 치자. 환자에게는 곁에 있어줄 간병인이 필요해. 그리고 그 간병인이 헌신적으로 환자의 시중을 들어주게 되는데, 그것이 도를 넘는 헌신일 경우에 그 상황을 공의존 증상이라고 판단하는 거지. 봉사하는 것에 취해 있는 상태야. 남녀의 연애관계에서도 가벼운 수준의 공의존 증상은 흔히 볼 수 있어.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서로가 서로를 망쳐버리니까. 너희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약간의 주의는 해두는 편이 좋을 거야."

p.115
너는 말이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화를 낼 수 있는 인간이구나, 그런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아."
(중략)
타인을 위해서 감정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은 말이지, 무슨 일이 일어났을 ㅐㄴ 남의 탓을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지. 난 너 같은 사람이 최고로 싫어.

p.199
"자메뷔구나."
"뭐지, 그건?"
"데자뷔의 반대야. 몇 번이나 경험했으면서도 어쩐지 처음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의미. 감각이 마비되거나 했을 때 일어난대."

p.?
의식을 잃은 인간, 자기 자신을 지지하는 것을 그만둔 인간은 상상 이상으로 무겁다.

p.213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룰. 친구는 정보가 아니니까.

p.235
소녀만화도 아닌데.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백 명의 인간이 있으면 그만큼의 연애가 존재하게 되지. 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
(중략)
내가 내놓은 결론은 이거야. 상대가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것, 그것은 아주 기쁜 일이기 때문에, 상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상대를 좋아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



그냥 반전이 신선하달건 없지만,
조금 우울하고 기분 처지는 반전이었다.
반전의 반전 쪽은 신선했지만,
너무 신선해서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느낌.

어쨌든 한달음에 읽은 책이라면 호평해줘야 한다.
재밌었다.
생각보다 두껍기도 하고, 주말에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책을 못 읽게 되어, 다직도 절반을 조금 넘긴 곳을 읽고 있다.



p.164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서투르게 서서 기다리는 것이 남들에게는 초라했겠지만 내게는 더없이화려해 보였다. 많이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들 이름을 몰랐다. 다른 자리에서 또 만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죄인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변호사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도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노사모는 30대 회사원이 많았고 학력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으며 사는 형편도 나쁘지 않았다. 자기네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주었거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를 지지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원칙, 진실, 정의, 그런 보편적 가치를 지지한 것이다.






노사모의 이야기를 할 때면 지면으로 보는데도 기쁨이 읽힌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여 나를 지지해준다면, 부담만큼 기쁠 것이다.
나는 노무현을 잘 모른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이 자서전이니, 자기평가가 담긴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어떻게 평가해 볼 수도 없다.
그래도 좀 더 일찍 알지 못한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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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 속의 어떤 '말 잘 하는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 좀 더 시간을 들여 자신을 정당화 할 줄 알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믿지 않아야 할텐데, 어쩐지 글을 읽고 있으면 신뢰할 수 있는 진심이 와닿을 떄가 있다.



쓰는 소설의 주인공의 모티프로 삼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노무현의 빠였다.
나는 티비를 안본다. 그냥 고등학교때 공부하느라 11시에 집에 들어오고 6시에 나갔으니 볼 시간이 없었다가, 그 뒤로 보게 될 만한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 연애인에 대해서, 그 모든 건 중요한 내 현실이 아니니까.

글을 쓰다가 캐릭터가 너무 죽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좀 더 현실에 붙여보자,고 생각했고, 노무현의 이야기가 끌어들이기 가장 수월해보였다.
나는 그 분의 임기 동안 단 한번 연설을 들어본 적도 없을만큼 무관심한 사람이지만, 이용할 수 있다면 나쁠 게 뭐가 있겠냐, 고 생각했다.
자서전을 두 권 빌렸다. 둘 다 정리하다 말고 돌아가셔서 출판사나 재단에서 편집한 본이었지만, 나에게 충분히 반성을 낳았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나 비참하고,
내가 외면한 모든 게 거기 있었다.
두 페이지에 이름을 쓰고 버릴 수가 없다.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는데,
픽션에 매몰되어 있던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다.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이 사람은.

자서전이라면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자기미화를 하고, 다음 문장에 그걸 반성하고, 또 다음문장에 자기변명을 하고, 또 다음문장에 그걸 반성하는 이런 건 처음 읽었다.
이상이, 높은 게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보여서, ..








인간은 이상한 생물이라서,
눈 앞에 있는 물건을 똑같이 재구성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그게 똑같으면 똑같을 수록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것을 그리도 좋아한다.
눈 앞에 있는 물건을 그냥 보면, 그걸로 될 것을.

픽션에서 그렇게 감동과, 공감과, 현실을 찾아 헤맨 나는,
이제와서 그 모든 것이 논픽션에 있다는 당연함을 배웠다.
현실을 모방하려는 비현실보다야
현실이 더 현실적인게
당연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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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딱 잘라, 내 취향은 아니었다.
처음엔 너무 무거워서 좀 읽기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소재가 문체보다 더 무겁기에 이건 좀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넘어서서 글이 너무 근엄하다. 읽다읽다 지친다. 1/3정도 읽고 그냥 내려놓았다. 끝까지 다 읽을 재간이 없다.
문장 자체는 좋고, 아름답고, 예쁘다. 문장이 예쁜 것만 가지고 계속 읽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소재도 조금 뜬구름잡는 이야기였다. 끝에 가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p.페이지모름
삶이 제공하는 당근과 채찍에 철저히 회유되고 협박당한 사람의 얼굴로 어머니는 작은 방에서 늙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어머니의 살비늘 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녀에게 삶이 폭력이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녀는 어떤 희망에 그토록 교묘하게 회유당했을까.

p.52
너는 천천히, 정확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사이사이 침묵하며 말했지.

난 말이지, 정희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지어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싶다는 뜻일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막아달라는 말일수도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채링크로스84번가>는.. 그냥 책 추천 도서 같은 느낌이었다.
20분에서 30분 남짓해서 다 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빈약한 내용을 자랑한다.
왜 그렇게 이걸 추천을 많이 해준거야, 하면서 분노하면서 읽었다.
그냥,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다.
스토리도 감동도 없다.
아주 조금의 당대현실 반영이 스토리와 감동 없음을 무마해줄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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