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단체의 잡지를 읽고나서부터, 요즘 생각이 많다. 
지지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후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훌쩍 펼쳐 든 페이지에 지금 당장 내가 썼을 것 같은 글이 있었다.

나는 그런 동아리가 있다는 걸 넘어넘어 들었을 뿐이고, 우리학교와 서울대에서는 정식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그냥 개념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학문관에서 우연히 배포서가에 놓인 잡지를 보고, 대학내일이나 어딘가의 홍보책자일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그렇게 통로에 버젓이 놓인 것 치곤 꽤 수위 높은 내용의 소수인권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왜 남자를 사랑하는 걸까, 를 생각해본다.
왜 나는 게이가 아닐까, 를 생각해본다.

그냥 아주 쉽게 게이는 '어쩌다 사랑하게 된 사람이 동성이라서' 게이가 되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이론으로 접근한다면, 난 '어쩌다 사람하게 된 사람이 이성이라서'의 몇번의 겹친 확률이 날 게이가 아니게 했을까.

아니다.
난 확연하게 보수적인 사람이고, 확연하게 남녀관계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사회의 고정관념을 물려받아 당연하게 내면화한 사람이다. 20대의 보수 중에서도 극보수다. 자랑은 아닌 줄 안다.

그게 날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거다. 
여자에게 매력이 아무리 보여도 가슴이 뛰지 않게 만들었을 거다.


'왜 내가 이성을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해주지 않는 걸까'라는 말을 보고,
'게이는 이성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용어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게이다'라는 말을 보고,
그리고 내가 게이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에 섞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
점점 생각이 꼬인다.

섯불리 이야기했다가 오해를 낳을것인가,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해서 오해를 풀 것인가, 
둘의 사이의 어디쯤일 것 같다.

정말 인문인은 결론 없는 이야기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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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슷한 맥락일지 모르겠다.
필리핀에서 이주한 다문화가정의 어머니의 인터뷰를 봤다.

아빠(남편)이 죽자 모두들 그녀가 당연히 필리핀으로 돌아갈거라고 생각했다고, 아들은 이미 온전히 한국인인데,,,, 그게 슬펐다고.
어느덧 마을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서 옆집 아줌마의 칭찬에 농담으로 '그럼 필리핀여자 며느리 삼으실래요? 소개시켜드릴까요?'그랬더니 단박에 됐다고 했다고. 그것도 슬펐다고.

다문화가정의 언어교육이 너무 과잉지원되있어서, 다들 한국어를 배웠다가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가 한다고. 
시스템을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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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는 시야가 좁은 사람이라,
누군가 내 앞에 이렇게 글을 들이밀어야 겨우 '아 이런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이런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구나'하는 걸 안다.

또, 결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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