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딱 잘라, 내 취향은 아니었다.
처음엔 너무 무거워서 좀 읽기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소재가 문체보다 더 무겁기에 이건 좀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넘어서서 글이 너무 근엄하다. 읽다읽다 지친다. 1/3정도 읽고 그냥 내려놓았다. 끝까지 다 읽을 재간이 없다.
문장 자체는 좋고, 아름답고, 예쁘다. 문장이 예쁜 것만 가지고 계속 읽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소재도 조금 뜬구름잡는 이야기였다. 끝에 가서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p.페이지모름
삶이 제공하는 당근과 채찍에 철저히 회유되고 협박당한 사람의 얼굴로 어머니는 작은 방에서 늙어가고 있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어머니의 살비늘 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녀에게 삶이 폭력이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녀는 어떤 희망에 그토록 교묘하게 회유당했을까.

p.52
너는 천천히, 정확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사이사이 침묵하며 말했지.

난 말이지, 정희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지어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싶다는 뜻일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막아달라는 말일수도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채링크로스84번가>는.. 그냥 책 추천 도서 같은 느낌이었다.
20분에서 30분 남짓해서 다 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빈약한 내용을 자랑한다.
왜 그렇게 이걸 추천을 많이 해준거야, 하면서 분노하면서 읽었다.
그냥,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다.
스토리도 감동도 없다.
아주 조금의 당대현실 반영이 스토리와 감동 없음을 무마해줄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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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감도>를 보면서 생각나는데로 휘갈긴 단상들이다. 후에 써먹을 데가 있으면 좋겠다.
영화자체는 5개중 하나정도의 단편만 괜찮았으니 별로였지만, 막혀있던 생각을 진행시킬 용도로는 좋았다.
영화 내용과 관계있는 내용보다, 없는 내용이 더 많다.
그냥 그 때, 커피를 과다복용해서 좀 하이상태였던 탓에 쓸데없이 낙서가 많았다. 생각난 김에 이제서야 워드로 옮긴다.

 1.여자가 남자의 떨어트린 물건을 주워준다. 장소는 공중전화나 우체통 앞 정도. 비웃음같은 미소로, 칠칠치 못하다는듯이. 저기요. 이거 떨어트리셨는데요. 막상 여자가 떠난 후에 그 여자가 흘린 물건이 그 자리에. 보통은 잘 흘리지 않을법한 물건이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걸로 하자.

2.아, 나는 대화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 놈이다. 의문형으로 끝내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나는 자신만만할만한 당당한 근거가 있었다. 주관적으로 그건 아주 합당하고 그럴듯한 근거였다. 하지만 이런 도전적인 상황에 처한 건 이게 처음으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그 근거가 아주 안일한 상황에서 쉽게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된다.

3.아니다. 나는 경제전공이라거나/교양이라거나/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기회비용을 생각하자. 어리석게 충동적으로 이러면!

4.일상의 모든 마주치는 매력있는, 사람이, 매력있는 사람이, 타인의 행복한 정황에 '그 사람'을 대입한다.

5.내마음이 내마음을 내마음대로 못하게한다. - 하지말자. 그만두자. 그게 이롭다.
이 놈의 몸뚱이는 머리와 연결되어 있긴 한거냐? (하지말자고 결심하는 순간 행동하고 있는 내 손/입/말/아무거라도)

6.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 하는 것이다.
나의 일상의 지루하고 외로운 부분은 집어놓고 두드러지고 부각되는 부분을 마치 일상의 전부인냥.
그만큼 이 사람에게 잘보이고 싶었다.

7. 아무 근거없이, 처음 만난 사람을 상대로 보이는 것들을, 배경지식을 근거로 한 가지씩 캐치해서 상대방의 배경/현실/지금/취향/취미를 맞추는 놀이. 번갈아. 틀리면? 벌칙은 가혹할 수록 좋다. 

8.그 사람의 방을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 /스토커같은 이미지로 만들지는 말고, 호기심백배 소년소녀같은이미지로/
뒤지는데 재미가 붙는다.  그만둬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9.그녀와 잘 수 있는 게 좋은 게 아니라, 그녀와 잘 수 있는 사이인게 좋은거라면, 나는 지금 사랑하고 있다고 할 법 하다.
(요건 오감도 발췌. 토씨는 모르겠다.)

10.여자를 찾아 방 안을 돌아다니는 남자. 카메라와 시선이 겹치지 않게, 남자 뒤를 쫓는다.

11.가끔 내가 먼저 그에게 머리를 말려달라고 요구하거나, 귀찮을 법한 행동을 해 달라고 굳이 떼를 쓰는 건, 내가 그 일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일이 그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래서다.

12.자꾸 벽장에 숨는 여자. 멀쩡한 집을 버려두고. 벽장에 있는 이불을 죄다 꺼내놓고. 제가 이불인척. 거기 그렇게.
(이유가 안나오면 그냥 호러스럽고 허세돋는 서술이 될 뿐이니까, 이걸 써먹고 싶다면 여자의 심리에 이유를 만들어줘야함)

13.집에 들어올 때마다 습관적으로 숨바꼭질하는 부부. 어느날 정말 찾을 수 없게 된다. 매일 그렇게 숨더니 이제 너무 잘 숨어서, 내가 찾을 수가 없네. 텅 빈 집에서 크게 고함을 지르고 울기 시작한다. 허함.

14.지루하게 인간을 괴롭히는 게 있다. 나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태어날때부터 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불량품이었다. 병원의 말로는 그냥 B형감염의 항체가 조금 부족할 뿐이라고 했지만, 원래 그렇게 무언가가 부족하거나 결여된 걸 불량품이라고 하는 거잖아.

15.자기 스킨은 가져갈래. 보고싶을 때 냄새맡게. 내가 계속 옆에 있을 건데, 뭐. 
그녀는 그때부터 이미 길고 긴 싸움을 예감하고 있었던거다. 난 그녀가 죽고나서야 그 일을 떠올렸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내가 배신할 거라는 걸, 3년 전에,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고, 그러면서도 나를 원망하지 않은 거다.
잘 꾸며진 내 새 가정이 갑자기 역겹게 느껴졌다.

16.겨우 혼자를 견딜 수 있게 되었을 때 돌아오지마. 

17.이번에 다같이 성묘를 가기로 했어요. 저, 혹시 위치가?
그냥 화장했어요.
나는 내 목소리가 화를 내는 것처럼은 느껴지지 않기를 빌었다.

18.그녀의 향수 뚜껑을 열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왜 냄새는 다른 것들에 비해 이렇게나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일까.
냄새는 지독히도. 그 어떤 냄새도. 단 한 번 맡은 냄새조차, 쉽게 기억하고 있다가 후에 같은 냄새를 맡게 되면 잽싸게 뇌에서 구분해준다. 이건 어느때 맡았던 그 냄새야, 라고.
정말인 모양이었다. 지워지지 않았다.

19.병원에서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늘 그렇게 물었다. 언제 내가 제일?

20.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늘 그렇게 함께 모든 걸 시작하고 끝나는 건 이상하잖아. 그렇다면 그건 언제 끝나는 걸까? 적당한 선에서? 연기로? 상대에게 맞추는 척 하며?

21.그는 나 때문에 죽었다. 후에 장례를 치룬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자리에서 꼬장꼬장한 그의 할머니가 마당까지 달려나왔다. 꺼져버려, 하면서 내게 뼛가루를 집어던지는데, 이게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고마웠다.
(이건 좀 그로테스크하지 않게 처리해야할듯)

22.집에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아무 끈이나 닥치는데로 붙잡고 내 목을 졸랐다. 울다 지쳐 목이 졸리는데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있는 힘껏 양 손을 잡아당겼다. 꺼억꺼억 짓눌리는 느낌이 기분나빴다. 아, 아, 죽을 수 있어. 
정신이 들어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양 손에 시뻘건 자국이 남아있었고, 목도 가는 끈에 졸린 자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기절했다 깨어난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싫어, 싫어, 다 싫어, 내 몸에 수분이 얼마나 있는지, 분명 더 이상 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한 시간을 넘게 그 자리에 앉아 울었다. 억울했고, 그리웠다.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실감은 없는데도 이렇게나 벌써 그리웠다. 눈을 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가라앉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건, 내 마음 속 뿐,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23.의미없이 아름다운 문장은 쓸모없이 잘 짜여진 짧은 영상미와 같다. 아름답고 신선하지만 거기에 감동은 없다.
내가 요즘 쓰는 게 그런 것 같다. 의미를 찾자. 받쳐줄 건, 탄탄한 전제와 강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다.

24.죽음을 슬퍼하기에 앞서 이 분노에 먹이를 줘야만 했다.
그의 마지막 여자를 몰아세우고 물어뜯었다. 달리 도망가려 들지 않는게 더 무섭고 얄미웠다.

25.그만두자고 생각했을 땐, 그 아이가 나의 벌을 다 받고 나면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 알게된 순간이었다.

26.내가 대신이 되고 싶었는데. 안되는 거구나. 정말 그 사람 사랑했구나? 내가 재밌는 걸 보여줄게.
등가교환이, 아주 쉬운 숫자놀음이 어떤 건지를 보여줄게.
그렇게 말하고 아이는 조용히 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머리가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 어쩐 일인지 그 사내가 물 밖으로 그 자리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죽었을텐데. 분명.

27.밝고 경쾌한, 피아노가 통통튀는 음악/뭔가의 기분좋은 시작의 예감. 기차로 출발하고.
왔어?하고 돌아보는 얼굴이 거기에 있다. 

28.이 사람에게만 말할 수 있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만이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그 사람을 데리고나와 나의 상황에 개입시켰다.
"난 네가 이해가 안된다. 도무지."
작고 사소한 한마디지만, 이걸로 난 전세계의 그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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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같이 쓰는, 3일에 한 번 마감을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와해되었다.
그런 예감이 없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냥 무시했다.
나에겐 이 일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이야기는 억지로 잡아끌어 끌어들인 사람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기로 이야기했던 사람 쪽에서 나왔다.
이건 예상하지 못해서, 왠지 묘한 기분이다.

덕분에 스토리는 어긋났지만, 급하게 쓴 글들이 가지는 묘미가 있어서 좋다.
한 번 쓰고 난 글들은 쉽게 버릴 수 없어져서 이상해도 가지고 있고 싶은 마음과, 이건 아니니까 버려야지 하고 잘라내야 하는 마음이 겹치는 것도, '쓴 글'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민이라서 기분 좋다.
나는 애초에 게으른 사람이라서 왠만해서는 쓰지 못하니까.

핑계고 변명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공부를 못해, 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해, 라니.

내 발로 서고 싶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렇게 쉽지가 않네.

이제 어리광은 그만두고 애정으로 어떻게든 하자.
하고싶고, 쓰고 싶고.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으로.

중3때, 학교를 새벽 6시에 가서, 내가 제일 먼저 교실 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두 시간을 글을 썼다.
그 때는 그게 당연했다.

지금은 글을 쓰지 않는 자각과, 글을 써도 소용없다는 포기가 있어서,
꾸준히 타이핑할 수 있게 일기라도 써왔는데, 이제 와서 글을 이렇게 쓸 작정이었으면, 그냥 글을 쓰지 그랬니. 

격렬한 감정이 아니라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감정을 소설에 써먹고 싶다, 고 생각한다.
어쩐지 비열한 장사치 같다.
자식도 팔아넘기는 아버지 같다.
웃긴다.

아아, 이걸로 먹고 살수 있다면 정말 한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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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왕 <초콜릿 코스모스>와 <흑과 다의 환상 상/하>를 읽었으니 온다 리쿠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기로 한다.

목요조곡 中

40대 중반이지만, 여자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자가 여자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것을 당연하게 해내는 여자와 노력이 필요한 여자가 있다. 시즈코는 보기와는 다르게 영리하고 터프한 여자라서, 노력도 하고 있겠지만 그녀의 회로에는 그 에너지가 원래부터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에리코는 다르다. 아름다워지는 기쁨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워지고 싶다고 바라기도 하지만, 그것에 에너지를 쏟을 만한 회로가 자기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그것은 금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 목요조곡 p.12



결말이, 온다 리쿠 다워서 조금 지루했지만 괜찮게 읽었다. 너무 상황 자체가 억지스럽긴 하다.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中

요컨데 '난해함'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진 것이다. 난해함이라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권위와 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하기 힘든 페로몬을 발산하는 듯하다. -p.48

우화같은 분위기. 숨겨진 시선, 연극이 끝났을 때의, 예상했던 착지점과의 현혹적인 어긋남 -p.49

문득 목덜미 뒤에서 뭔가가 꿈틀대는 감촉이 느껴졌다. 익숙하고 친근한 정겨운 감촉이다. 이런 순간은 항상 갑자기 찾아온다.
다나베세이코의 에세이였던가. 이런 느낌을 두고,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 같은 감각, 이라고 했다. 손을 내밀어 살짝 고양이를 쓰다듬으려 하지만 항상 잽싸게 달아난다. 지금 당장 그곳에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알지만 섣불리 솓을 뻗으면 사라져 버린다. 고양이가 그 곳에 있을 때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고양이 따위 신경쓰고 있지 않은 듯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슬그머니 다가가는 것이다.
그는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가까이 있다. 아주 가까이. 아름다운 고양이가.
p.59-60

남자는 마음 한구석에서는, 과거의 여자는 모두 자기 것이고 모든 여자가 틀림없이 자기에게 미련을 갖고 있다는 환상이 있기 때문에 옛 여자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주저없이 만나러 가기도 하지요. (중략)
여자는 미래를 살아가는 동물이니까. 그녀들에게 옛 남자는 어차피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과거거든. 실제로 그런 여자들을 보면 정말 잊어버리더군. 재조정 정도가 아니고 아예 기억에서 말소당하는 거야. 우리 남자들은.
p.80-81

남자들은 오해를 하곤 하지. 이 정도의 여자라면 나도 감당하겠구나 생각하는 것 같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걸기 때문에 그녀 스스로도 오해를 하게 만드는 거지. 그런 여자의 자만심은 대단해. -p.122

(전략) 이렇게 되면 역까지의 길을 되돌아가서 꼼꼼히 찾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고 우산을 펼쳤더니 찰랑 하며 열쇠가 떨어졌다. 이 장면 어딘가에 사용할 수 없을까. -p.129

제복이라는 건 참 편리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것을 입는 순간 머리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고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동료와의 연대감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리한 것은 그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p.243

밖에서 책을 읽다 보면 늘 이상한 심정이 된다.
밖에서는 항상 시간이 흐르고 풍경이 변화한다.(중략) 마치 강물에 나무토막을 꽂은 듯이 혼자만 물결을 거슬러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는 것이다. (중략) 그런 느낌의 정체가 자신의 정신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육체란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외계에 노출되어 있는가 싶어 놀랍다.
어느새 몸이 조금씩 젖어들고 있었다. -p.312

나는 이 줄리엣의 순진함이 부러워요. 그보다 오히려 얄밉다고 해야겠지만. 첫사랑에 들떠서 그 사랑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자신이 믿는 사람을 위해 죽어 가요. 그 어리석음이 얄미워요. 자신이 순수하다고 여기는 오만함이 미워요. 사랑이 끝났을 때의 환멸이나, 살다가 느끼는 권태도 알지 못하고. (후략)
p.365




연극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나는 온다 리쿠씨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나도 신나게 읽었다.
그런데 역시 좀. 그렇게 긴 내용 동안 사건은 그렇게 더디 진행되면 숨막힌다.
그래도 이것도 온다리쿠스러워서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남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헤엄치는 물고기>나 <도미노> 같은 책들은 발췌하고 싶었던 글이 없었나보다. 기록이 없다.
역시 갑자기 페이지를 기억해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 아,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삼월의 붉은 구렁을>도 꽤 재밌게 읽었을 텐데 기록이 없다. 사라진걸까. 아니면 문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밤의 피크닉>도 그렇게 몰입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끝이 뿌듯해서 좋았다. 이것도 기록은 없지만.
<나비>는 원래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 나와, 격하게 판타지스러워진 작가님의 충돌로 Fail. 엉엉.


이러니저러니 해도 읽다보면, 왠지 동경이 느껴지고, 왠지 공감이 느껴지는 작가다. 좋다.
이 다음엔 <코끼리의 귀울음>을 읽자.
의외로 추천을 많이 해 주는 것 치곤 아직 손이 안 가서 못 읽은 책. 


읽은 것 중에선,
삼월시리즈 중 <삼월은 붉은 구렁을> 과 <흑과 다의 환상 上,下>
<초콜릿코스모스>(좀 판타지긴 하지만)

일단 이렇게가 최애작+추천작.


짐이 많아서 오늘은 도서관에 못 들렀다.
내일 들렀다 와야지.


요즘 여러모로 우울한 일이 많았는데, 어쩐지 이 블로그를 시작하길 잘한 것 같다.
음음, 안정된다, 좋다. 





언제 들어도 좋다.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Greenday.

Summer has come and past 
여름은 오고 지나가고..
The innocent can never last
모른척은 오래가지않아..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Like my fathers come to pass
우리 아빠가 지나간것처럼 
Seven years has gone so fast
벌써 7년이 지났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Here comes the rain again
비가 또 온다. 
Falling from the stars
별에서 떨어지는.. 
Drenched in my pain again
나의 아픔을 적시고.. 
Becoming who we are 
우리로 되어서..
As my memory rests
나의 기억이 쉬듯.. 
But never forgets what I lost 
하지만 내가 잃어버린것은 절대 잊지않고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Summer has come and past 
여름은 오고 지나가고..
The innocent can never last
모른척은 오래가지않아..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Ring out the bells again 
벨을 다시 울리고..
Like we did when spring began
저번 봄이 시작했던 것처럼말야..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Here comes the rain again
비가 또 온다. 
Falling from the stars
별에서 떨어지는.. 
Drenched in my pain again
나의 아픔을 적시고.. 
Becoming who we are 
우리로 되어서..
As my memory rests
나의 기억이 쉬듯.. 
But never forgets what I lost 
하지만 내가 잃어버린것은 절대 잊지않고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Summer has come and past 
여름은 오고 지나가고..
The innocent can never last
모른척은 오래가지않아..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Like my father's come to pass 
우리 아빠가 지나가는 것처럼말야..
Twenty years has gone so fast 
20년이 지났어 벌써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9월이 끝나면 날 깨워줘



 

<이렇게 귀욤귀욤할수가!!!!!!!!!!!!>



앞의 gp4파일과 pdf파일은 원곡의 보컬라인을 따라가는 기타!

아래 gp5와 pdf 두 개의 파일은 정성하군이 친 버전입니다! 위의 악보+베이스




 
온다리쿠라는 작가의 책 중에서 최애작을 딱 3권만 꼽으라면 꼭 들어갈 책이다.
어쩐 일인지 삼월시리즈와 초콜릿 코스모스에 반해 읽기 시작한 온다리쿠 월드의 책들은 죄다 미묘하게 비슷하게 이상하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충실하게 재밌다.

재독하고 있다. 일독할 때보다 더 많은 게 보이진 않지만, 역시 좋다.



★上권★

p.155-156
남에게 의논할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혼자서 고민하고, 대체로 혼자서 해결했다. 남들의 하소연과 고민을 듣는 것에 익숙했으므로, 같은 일을 남에게 하기는 창피하다는 느낌이 막연하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략)
그런 부분의 평형감각은 지금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발언에 대한 감상, 어떤 행위를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디쯤이 적절한 선인지, 집단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할지. 그런 세세한 부분의 평형감각은 마치 한 형제처럼 비슷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세세한 부분에 불과하다. 아마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처음부터 커다란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p.159
할 이야기가 있어.
마키오는 음식에는 손을 대지않은 채, 테이블 위에 두 손을 깍지끼고 있었다. 꼭 비즈니스 같네. 얼핏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객에게 불리한 조건을 설명하는 영업사원의 손 모양.

p.161
전에는 당신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당신도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보다 그 사람을 더 좋아한다.
죄는 아니다. 어느 말도 죄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어째서 이렇게 아플까. 어째서 이렇게 가슴을 찢어놓는 말이 죄가 아닐까.

p.162
정말로, 진심으로, 그 사람의 존재를 전부 자기 것으로 하고 싶은 애정의 대상은 기껏해야 한두 명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통 사람은 몸도 마음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삼켜버린다. 그 뒤에는 한동안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다.
(중략)
맨 처음에 반려를 만나버린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횟수를 거듭한다고 해서 더 좋은 것을 만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진짜 사랑을 만나버리면, 그 이상을 만나지 못하는 한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진짜 사랑은 나중에 찾아오는 편이 낫다.

p.222
아아, 이 얼마나 교묘한가. 환멸, 그것은 인간을 효과적으로 성장시키고 늙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결혼만큼 그 존재 안에 환멸이 내포된 것은 없다. 그러므로 결혼은 인간을 단기간에 늙게 한다. 증명 끝. 

p.243
"큰맘 먹고 오길 잘했어."
마키오가 곁에서 중얼거렸다. 그 목소에는 묘한 울림이 있었다.
"무슨 소리야. 처음에 어디 가고 싶다고 한 게 너였잖냐."
"그건 그렇지만."
마키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하잖아. 다들 술만 마시면 아아 어딘가 가고싶다. 그런다고. 그건 영업목표 같은 거야. 실적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으니까 달성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아무도 실현될 거라고 생각 안해."

p.264
지금 두 사람이 한 이야기가 두 사람이 파국을 맞이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많이 닮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닮은 부분에 공감을 느낀다. 어째서 이렇게 하는 생각이 비슷할까 감동한다. 그러나 이심전심은 이윽고 공허가 되고,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된다. 닮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결점도 거울 속의 상처럼 그대로 자기 결점이 된다. 그것은 자기혐오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이어진다. 똑같은 부분이 결여된 두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결여된 부분을 서로 보완해 줄 수 없다. 

p.288
유대교 관습법인 탈무드에 '귀를 입의 세 곱절 일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下권★

 

p.26
나는 그런 때의 리에코가 제일 좋았다.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리에코. 무슨 일에 집중하고 있는 리에코. 그런 그녀가 제일 아름답게 보였다.

p.88-90
그쪽에서 안 올 거면 이쪽에서 가주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거침없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안에 털썩 주저앉는다.
(중략)
닥쳐.
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난 나는 그 녀석을 쫓아벌ㅆ다.
그 녀석은 일어나서 민첩한 몸놀림으로 사다리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천천히 생각해 봐. 시간은 아직 충분히 있으니까.
그런 말을 남기고 그 녀석은 내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p.108
숲은 온갖 것을 버리는 곳이기도 하다. 백서롱주도, 헨젤과 그레텔도 숲속에 버려졌다.
(중략)
멍하니 숲속 깊은 곳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깨닫는다. 마치 버려진 뭔가를 찾는 것처럼.

p.164
물론 친구란 훌륭한 존재다. 필요하지 않으니까 필요한 것이다. 좋은 친구의 존재는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든지 암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친구라고 정의하는 이 너무나도 불확실한 관계에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필연성이 없다. 그곳에는 항상 자존심과 질투라는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든지 끊어버릴 수 있는 약하디약한 출렁다리 같다.




본문 중에 브라운 신부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아, 브라운 신부, 라며 자만하면서 읽었지만, 막상 돌이켜보면 집 서가에 꽃혀 있을 뿐 아직 몇 장 넘겨보지도 않은 책인데, 뭘 근거로 난 자만하는 건지. 이런 아는 척 하는 뇨자 곤란하다' ㅡ'-3


1독 할때 발췌했던 글↓과 묘하게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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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이 블로그에는 비공개글이 없도록 하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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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 그댄 곁에 없지만
이대로 이별은 아니겠죠
 
I believe 나에게 오는 길은
조금 멀리 돌아올 뿐이겠죠
 
모두 지나간 그 기억속에서
내가 나를 아프게 하며 눈물을 만들죠
 
나만큼 울지 않기를 그대만은
눈물 없이 날 편하게 떠나주기를
 
언젠가 다시 돌아 올 그대라는 걸 알기에
난 믿고 있기에
기다릴께요 난 그대여야만 하죠
 

 
I believe 내가 아파할까봐
그대는 울지도 못했겠죠
 
I believe 흐르는 내 눈물이
그댈 다시 내게 돌려주겠죠
 
자꾸 멈추는 내 눈길 속에서
그대 모습들이 떠올라 눈물을 만들죠
 
나만큼 울지 않기를 그대만은
눈물 없이 날 편하게 떠나주기를 
 
언젠가 다시 돌아 올 그대라는 걸 알기에
난 믿고 있기에
기다릴게요 난 그대여야만 하죠



 
나 그댈 알기 전 이 세상도 이렇게 눈부셨는지
그 하늘 아래서 이젠 눈물로 남겨졌지만
이 자릴 난 지킬게요
 
그대란 이유만으로 나에게는
기다림조차 충분히 행복하겠죠
 
사랑한 이유만으로 또 하루가 지나가고
오는 길 잊어도
기다릴게요 난 그대여야만 하죠
 
난 그대여야만 하죠



출처 - ultimate-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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