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건 너무 정치적이거나 색깔을 띄거나 편파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광해군과 노무현이 그렇게 닮았다기에, 광해군의 이름을 대신 들먹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게 아닌 것 같다.

죽은 아내의 모습을 노무현의 자살에 비춰서 생각한다는 설정인데,
노무현의 자살을 광해군의 죽음에 비춰서 생각한다면,
죽은 아내는 도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
너무 많은 다리를 건너면 원래 이미지까지가 너무 멀다.

그리고, 더군다나,
나는 역사에 관심이 없다.
무지함에 대해 당당하면 안되겠지만, 아무리해도 관심이 생기질 않는다.
그런 내가 광해군이니 어쩌니 하며 들먹여봐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가 재미있을리 없다.


갈수록 내가 한국어를 잘 모르고 있다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해서, 틈날때마다 읽을 참으로 한국어관련 서적도 두권 빌렸다. 참, 욕심만 많아가지고.




우리말 필살기 - 공규택
한국어가 있다 - 커뮤니케이션 북스
노무현 정부의 실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
노무현의 색깔 - 이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오연호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 강준만


정말 잘 쓰고 싶기도 한데,
그렇지 않기도 하다.

글을 쓸 때, 어떤 기로에 설 때가 있다.
내가 읽는 종류의 글 - 대중소설 - 을 쓰느냐,
한국문단에서 사랑받는 글 - 주제가 있고, 무게가 있고, 재미가 없는 - 을 쓰느냐.
그 둘은 아주 다르다.

요즘의 20대가 글을 읽지 않는다고 비난할 게 아니다.
20대인 내가, 읽고 싶은 글을, 문단에서 출판할 생각이 없는 거다.
교생을 하면서, 우리나라 교육계가 보수적이구나, 생각했는데,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글을 쓰면서도, 우리나라 문단이 교육계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걸 느낀다.



아주 시나리오 쪽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면,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건 정말 소원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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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두껍기도 하고, 주말에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 책을 못 읽게 되어, 다직도 절반을 조금 넘긴 곳을 읽고 있다.



p.164
대여섯 명이 옹기종기 서투르게 서서 기다리는 것이 남들에게는 초라했겠지만 내게는 더없이화려해 보였다. 많이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들 이름을 몰랐다. 다른 자리에서 또 만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죄인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변호사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도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노사모는 30대 회사원이 많았고 학력도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으며 사는 형편도 나쁘지 않았다. 자기네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 주었거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를 지지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원칙, 진실, 정의, 그런 보편적 가치를 지지한 것이다.






노사모의 이야기를 할 때면 지면으로 보는데도 기쁨이 읽힌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여 나를 지지해준다면, 부담만큼 기쁠 것이다.
나는 노무현을 잘 모른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이 자서전이니, 자기평가가 담긴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어떻게 평가해 볼 수도 없다.
그래도 좀 더 일찍 알지 못한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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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 속의 어떤 '말 잘 하는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 좀 더 시간을 들여 자신을 정당화 할 줄 알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믿지 않아야 할텐데, 어쩐지 글을 읽고 있으면 신뢰할 수 있는 진심이 와닿을 떄가 있다.



쓰는 소설의 주인공의 모티프로 삼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노무현의 빠였다.
나는 티비를 안본다. 그냥 고등학교때 공부하느라 11시에 집에 들어오고 6시에 나갔으니 볼 시간이 없었다가, 그 뒤로 보게 될 만한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정치에 대해서, 연애인에 대해서, 그 모든 건 중요한 내 현실이 아니니까.

글을 쓰다가 캐릭터가 너무 죽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좀 더 현실에 붙여보자,고 생각했고, 노무현의 이야기가 끌어들이기 가장 수월해보였다.
나는 그 분의 임기 동안 단 한번 연설을 들어본 적도 없을만큼 무관심한 사람이지만, 이용할 수 있다면 나쁠 게 뭐가 있겠냐, 고 생각했다.
자서전을 두 권 빌렸다. 둘 다 정리하다 말고 돌아가셔서 출판사나 재단에서 편집한 본이었지만, 나에게 충분히 반성을 낳았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너무나 비참하고,
내가 외면한 모든 게 거기 있었다.
두 페이지에 이름을 쓰고 버릴 수가 없다.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는데,
픽션에 매몰되어 있던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수가 없다.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이 사람은.

자서전이라면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자기미화를 하고, 다음 문장에 그걸 반성하고, 또 다음문장에 자기변명을 하고, 또 다음문장에 그걸 반성하는 이런 건 처음 읽었다.
이상이, 높은 게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보여서, ..








인간은 이상한 생물이라서,
눈 앞에 있는 물건을 똑같이 재구성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그게 똑같으면 똑같을 수록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것을 그리도 좋아한다.
눈 앞에 있는 물건을 그냥 보면, 그걸로 될 것을.

픽션에서 그렇게 감동과, 공감과, 현실을 찾아 헤맨 나는,
이제와서 그 모든 것이 논픽션에 있다는 당연함을 배웠다.
현실을 모방하려는 비현실보다야
현실이 더 현실적인게
당연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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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가 많잖아.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는다거나, 잔다거나, 쇼핑을 한다는.
내 경우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울거나 자거나 쇼핑을 한다. 주로 사는 건 문구류(주로 볼펜이나 노트)나 책인데, 요즘엔 문구류만.
그럴 때, 내가 문구덕(?)인건가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어진다. 볼펜 하나 사고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가 없다.
아, 요즘엔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다.

이번엔 그런 건 아니고 선물해야 될 책을 찾으러 중고서점을 다녀왔는데, 간 김에 읽고 싶었던 책을 찾아서 냉큼 업어왔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도 있기에 업어오고, <해먹과 정치인>인가, 정확한 제목을 모르겠지만, 정치를 코믹하게 풍자한 내용인 것 같아서 업어왔다.
중고서점에 들어가면, 오래된 책이 모여있는 특유의, 책 좀먹는 냄새(...)가 나는데, 그게 너무 좋다.
어릴 때, 형광등을 켜놓고 자야 될 때 책을 얼굴 위에 덮고 잤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아무튼 책냄새 너무 좋다.

오늘, 미루고 미루던 택배를 두 곳에 척척 붙이고 왔다. 

이제 4일만 지나면 계절학기가 끝난다. 오늘 수업은 끝났으니 3일 남은 셈.
좀만 더 힘내자. 아자아자. 수면부족이지만 아자아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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