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같이 쓰는, 3일에 한 번 마감을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와해되었다.
그런 예감이 없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냥 무시했다.
나에겐 이 일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이야기는 억지로 잡아끌어 끌어들인 사람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기로 이야기했던 사람 쪽에서 나왔다.
이건 예상하지 못해서, 왠지 묘한 기분이다.

덕분에 스토리는 어긋났지만, 급하게 쓴 글들이 가지는 묘미가 있어서 좋다.
한 번 쓰고 난 글들은 쉽게 버릴 수 없어져서 이상해도 가지고 있고 싶은 마음과, 이건 아니니까 버려야지 하고 잘라내야 하는 마음이 겹치는 것도, '쓴 글'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민이라서 기분 좋다.
나는 애초에 게으른 사람이라서 왠만해서는 쓰지 못하니까.

핑계고 변명이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공부를 못해, 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서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해, 라니.

내 발로 서고 싶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렇게 쉽지가 않네.

이제 어리광은 그만두고 애정으로 어떻게든 하자.
하고싶고, 쓰고 싶고.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으로.

중3때, 학교를 새벽 6시에 가서, 내가 제일 먼저 교실 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두 시간을 글을 썼다.
그 때는 그게 당연했다.

지금은 글을 쓰지 않는 자각과, 글을 써도 소용없다는 포기가 있어서,
꾸준히 타이핑할 수 있게 일기라도 써왔는데, 이제 와서 글을 이렇게 쓸 작정이었으면, 그냥 글을 쓰지 그랬니. 

격렬한 감정이 아니라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감정을 소설에 써먹고 싶다, 고 생각한다.
어쩐지 비열한 장사치 같다.
자식도 팔아넘기는 아버지 같다.
웃긴다.

아아, 이걸로 먹고 살수 있다면 정말 한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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