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고 말했다. 저도 지친다고, 이젠 힘들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랜 시간을 망설인 것처럼, 이 시간도 아주 오래고 더딜 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답을 하고, 계산을 하고, 언제나처럼 팔짱을 끼고, 문턱까지 나서는 길이 얼마나 짧은지 묘사할 단어를 찾을 시간도 없었다.

몇 번이고 나는 뒤를 돌아봤고, 그 때마다 뒤를 돌아 이 쪽을 보고 있는 그 사람이 있었다.
그게 늘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눈치가 없어도, 내가 손을 내밀때 같이 내밀고, 내가 돌아볼 때 같이 돌아보는 게. 내가 배고플 때 같이 허기지다고 했고, 내가 입맞춰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그도 그렇게 생각했다. 재고 따지고 눈치보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그런데 그게 오늘에 와서는 불편해졌다.
말하지 않아도, 눈치 없는 그와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어느날 그는 힘들어했고, 나도 그랬다. 어느날 그는 슬프다고 말했고, 나도 그랬다. 어느날 그는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나도 그랬다. 그런데 한 달째 어쩔까 하고 고민하던 생각의 끝이 이 곳으로 걸음을 옮기게 했을 때, 그도 그랬던 거다.

나와 내가 연애를 할 수는 없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아차렸어야 했다.
이제 남은 후회와 외로움과 그리움은 다 어쩔 것인가.

눈이 아파서 부비다가, 티끌이 들어갔는지 눈물이 나왔다. 
한 두 방울이 아니었다. 일그러지도록 펑펑 울었다.
울다 지쳐서 침대에 온 몸을 내동댕이 치고 막 잠들려는 그 순간, 그도 울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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