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기억하자고 남기는 리뷰인데,  

옛날, 모 단체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리뷰를 멋대로 퍼가고 댓글 하나 남겼던 기억이 있어서 리뷰는 잘 안쓰게 되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그래도 상관없는 거야? 출처만 명시하면 사전동의를 얻지 않아도 괜찮나?

우리나라는 저작권 알기를 똥같이 아는 나라니까, 거기다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면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을거라는 인식이 박힌 나라니까. 

뭐, 이렇게 속이 불편할거면 그냥 리뷰를 안쓰면 되겠지만. 계속 떠올라서 어쩔 수 없이 몇 자 쓰기로 한다.



------

한예종 출신 극단 양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결국 재상연의 마지막날에서야 보게 되었다.

양손프로젝트를 처음 접하게 된 <개는 맹수다>이후로 달리 큰 일이 없으면 쫓아가서 다 찾아 본 편인 것 같다. 내가 뭐라고 감히 평가하기는 뭐하지만 <개는 맹수다>와 <ENDGAME>은 꽤 비슷한 느낌이어서 편하고 재밌게 봤던 것 같고, <죽음과 소녀>는 상당한 실험작이어서 배우들이 인사하고 사라지는 순간까지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연극을 보면서 현진건의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늘 연극을 볼 때마다 꼬질꼬질하신 남자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제3자의 대사를 던질 때마다 어쩜 저렇게 만화같은 연출일까 생각한다. 솔직히 이 분은 좀 사기성이 짙은 캐릭터인 것 같다. 연기력이 만렙임ㅋㅋㅋㅋ 


이들의 연극은 늘 어딘가 낡지 않은 새로운 시도가 보여서 보고 돌아서서 나올 때에도 기억에 남는 묘한 장면들이 있다.

극작을 전공하는 친구가 소도구를 많이 쓰지 않고 연극을 시작하게 된 게 어떤 외국분 이후로 시작된 전통이라는데, 비전공자인 나는 잘 모르겠다.

<운수 좋은 날>은 뻔히 다 아는 내용을 연기력 하나로 살린 훌륭한 만렙배우의 승리ㅋㅋ 

<연애청산>은 다른 배우였으면 이런 연출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연출이었다. 

늘 이 배우분은 팔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움직임이 크고 두드러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게 훨씬 더 부각되었던 듯. 자칫 산만할 수도 있었을 연출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그립은 흘긴 눈>은 그냥 보면서 언니 사랑해요 우와 멋있다 이생각밖에 안듬 ㅋㅋㅋㅋ 매번 연기하실 때마다 눈물연기를 정말 잘하시는데, 어쩜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다. 

워터프루프 마스카라 사드리고 싶었음 ㅋㅋㅋㅋ

<정조와 약값>은 압도적인 연출의 승리.

걸어가는 장면에서 나란히 서서 몸을 흔드는 것.

의자 하나를 사이에 놓고 방을 나누는 것. 그 덕분에 주부가 부지런히 의자 이쪽과 저쪽편을 오가는 것.


때로 해설자가 된 것 처럼 나란히 서서 해설하는 방식은 소설로 된 것을 극으로 옮겼을 때 이분들이 주로 쓰는 방식인 것 같다. 꼭 의도해서는 아니겠지만,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나누어 말을 하고 자연스럽게 극 중 배우로 돌아가는 그 방식이 너무 좋다.

많은 고민 끝에 무대를 만들어내는 이 배우님들이 앞으로도 계속 화이팅하셨으면 좋겠다.



+ Recent posts